승인의 국내법상 효력

I. 승인의 국내법상 효력

선언적 효과설의 입장에서 승인을 파악하는 한 승인의 국제법적 의미는 크지 않다. 국가의 정치적 존재 여부는 승인에 의하여 좌우되지 않으므로, 객관적으로 국가에 해당하는 한 미승인국가도 국제법상의 주체로 인정되고 국제법상의 권리의무를 인정받는다. 예를 들어 미승인국의 선박이라는 이유로 공해상 항해의 자유를 부 인할 수 없다. 또한 미승인국의 영토가 국제법상 무주지로 간주될 수도 없다. 동일 한 다자조약의 당사국이 되었다면 미승인국에 대하여도 조약상의 의무를 이행하여 야 한다.

반면 국내법 차원에서 승인은 보다 실질적 의미를 지닌다. 국가는 승인을 받아 야만 타국의 법원에서 주권면제를 향유하고, 주권국가에 부여되는 권리와 특권을 행사할 수 있음이 일반적이다. 그런 의미에서 승인은 국내법상으로는 창설적 효과 를 지니게 된다.27) 다만 미승인국가나 정부가 국내적으로 어떠한 법적 지위를 향유 하고, 이들의 법률에 어떠한 효력을 인정할 것인가에 대하여는 나라마다 정책이 조금씩 다르다. 한국의 법정에서는 미승인국가의 법적 지위가 쟁점으로 제기된 사례가 아직 없었다.

영국에서는 1978년 국가면제법에 따라 외국은 영국법정에서 일정한 면제를 향 확인서는 특정한 실체가 국가인가 여부에 대한 판단에 결정적 기준이 되고 있다. 또한 미승인국가 또는 미승인정부는 영국법원에서의 제소권이 인정되지 않으며, 이들의 법률이나 법률행위의 효력도 인 정되지 않음이 원칙이다. 단 사실상 승인과 법률상 승인은 구별하지 않는다. 외국 정부의 존재에 관하여 과거 영국법원은 영국정부의 승인 확인서를 결정적 기준으 로 수락하고 있었는데, 영국 정부가 정부승인에 관한 의사표시를 하지 않기로 한 1980년 이후에는 법원이 독자적으로 외국 정부의 존재 여부를 판단하고 있다. 다만 미승인정부가 영토를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경우 개인의 사권(私權)과 관련된 사항에 대하여는 미승인정부의 행위의 법적 효력을 인정한 사례도 있다. 한편 영 국의 1991년 외국기업법은 미승인국가의 기업이라 할지라도 당해 지역의 법률이 확립된 사법제도를 통하여 적용되고 있다면 그 기업에 대하여 법인격을 인정한다 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주로 북사이프러스 터키공화국과 대만을 염두에 두고 제정된 법이다.

미국법원에서도 미승인국가나 미승인정부는 제소권이 인정되지 않음이 원칙 이다. 그러나 정부가 미승인 정부의 제소권 인정을 원하는 경우 이를 인정한 판 례도 있다. National Petrochemical Co. of Iran v. M/T Stolt Sheaf (860 F.2d 551(2d Cir. 1988)) 사건에서 이란정부가 100% 지분을 갖는 회사가 미국 법원에 제소권을 갖느 냐가 문제되었다. 이 사건에서 미국 정부는 전반적인 외교관계를 고려하여 제소권 을 인정하기 희망하는 의견서를 법원에 제출하였고, 법원은 “the absence of formal recognition does not necessarily result in a foreign government being barred from access to United States courts”라며 이를 수락하였다.

오늘날 각국에서는 사인(私人)의 권리의무에 관한 한 미승인국의 법률도 준거 법으로 수락되고, 미승인국가(또는 정부)의 법률행위의 효력도 수락되는 경향을 보 이고 있다. 다음은 이에 관한 ICJ의 판단이다.

However, non-recognition should not result in depriving the people of Namibia of any advantages derived from international co-operation. In particular, the illegality or invalidity of acts performed by the Government of South Africa on behalf of or concerning Namibia after the termination of the Mandate cannot be extended to such acts as the registration of births, deaths and marriages. (Legal Consequences for States of the Continued Presence of South Africa in Namibia (South West Africa) notwithstanding Security Council Resolution 276(1970), Advisory Opinion, 1971 ICJ Reports 16, para. 125)

북한을 승인하지 않고 있는 일본 정부는 외국인등록시 국적난에 북한의 국호 기재를 인정하지 않는다. “대한민국” 또는 “한국”이라고 국적을 기재하고 있는 민 단계와는 달리 조총련계의 국적난은 “조선”이라고 표기되어 왔다. 일본 정부는 여기서의 조선이란 특정국가를 가리키는 용어가 아니며, 과거 한반도(조선반도) 출 신임을 표시할 뿐이라는 입장이다. 이에 출신지역을 표시하는 조선을 국호인 대한 민국으로 변경하는 것은 인정하였으나, 대한민국을 국호가 아닌 조선으로 변경하는 신청은 수락하지 않음이 원칙이었다. 과거 조총련계의 일본 귀화시 북한법을 본 국법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북한의 국적법에 따르면 국적 이탈을 위하여는 최고인 민회의 상임위원회의 동의가 있어야 하는데(북한 국적법 제15조), 이러한 동의를 얻 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었다.32) 다만 섭외사법관계에서는 일본 법원도 대체로 북한법을 폭넓게 적용하여 왔다.

승인의 소급효

새로운 국가가 독립을 선언하였을 때는 아직 국가로서의 실체를 갖추지 못한 경우가 많다. 미국은 1776년 독립선언을 하였지만, 국제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국가 로서의 실체를 갖추고 각국의 승인을 받은 것은 훨씬 훗날의 일이다. 그러나 미국 에 대한 승인의 효과는 통상 독립선언시까지 소급하여 적용된다. 이러한 승인의 소 급효는 국가간의 예양의 차원에서 인정되기도 하며, 또한 혁명이 발생한 지역의 법적 계속성을 확보하려는 현실적 필요에 의하여도 인정된다. 다만 실제로 언제까지 소급할 수 있느냐의 결정이 쉽지 않은 문제이다.

현실에서는 일정한 정도 승인의 소급효를 부인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을 것이 다. 그러나 소급효는 법적 불확실성을 초래하기도 한다. 법률분쟁이 어느 시점에 확 정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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