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법의 의의 Part.1

I. 국제법의 정의

1. 국제법의 의의

국제법이란 국제사회의 법으로서 주로 국가간의 관계를 규율하는 법이다. 2 많은 개인(법인)으로 구성된 국내사회의 질서를 위하여 국내법이 필요하듯이 주로 국가로 구성된 국제사회의 질서를 위하여 만들어진 법이 국제법이다. “사회 있는 곳에 법이 있다.” “교섭이 있는 곳에 분쟁이 있고, 분쟁이 있는 곳에 법이 필요하 다”는 법언과 같이 국제사회는 국제법을 필요로 한다. 이러한 국제법은 국가간의 합의나 실행을 통하여 정립된다.

역사적으로 국제법은 국가간의 관계를 규율하는 법으로 시작되었으며, 오랫동 안 국가간의 법으로만 인식되어 왔다. 그러나 20세기 이후 국제사회의 조직화와 국 제교류의 확대를 배경으로 국제법의 적용영역은 크게 확대되었다. 이에 국제사회에 는 국가 이외의 국제법적 실체가 등장하였고, 그 대표적인 예가 UN과 같은 국제기 구이다. 최근에는 개인에게도 제한적이나마 국제법의 주체성이 인정되기도 한다. 이러한 국제사회의 변화로 인하여 이제 국제법이 국가간의 관계만을 규율하는 법 이라는 전통적 정의는 더 이상 타당하기 어렵게 되었다.

이제 국제사회의 법으로서의 국제법이란 국가와 국제기구는 물론 제한적이나마 개인도 직접 규율하는 법이 다. 다만 한 가지 유의할 점은 국가만이 포괄적인 국제법 주체성을 지닌다는 점이 다. 현대사회에는 국가 이상의 현실적 능력을 발휘하는 국제기구도 적지 않으나, 국 제기구는 이를 성립시킨 조약이 인정하는 범위 내에서만 국제법상의 권리의무를 갖는 불완전한 주체라고 평가된다. 국가와 달리 국제기구는 자신의 영토나 국민을 •갖지도 못한다. 더욱이 개인은 아직 국제법 정립의 주체로는 참여할 수 없다는 점 에서 그 역할이 더욱 제한적이다. 그런 의미에서 아직도 국제법은 주로 국가간의 관계를 규율하는 법이라고 정의하여도 크게 틀린 말은 아니다.

2. “국제법” 용어의 기원

서양에서 “국제법”이란 명칭은 로마법의 Jus gentium에서 유래한다. 본래 Jus gentium은 로마 시민간의 법률인 Jus civile에 대비되어 로마인과 이민족간 또는 이 민족간의 법률관계를 규율하던 법이었다. 문자 그대로 해석하면 민족간의 법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이는 어디까지나 로마의 국내법이었지 국가의 대외관계를 규율하던 국제법은 아니었지만, 상이한 민족간의 법률관계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형식과 내 용을 갖고 있었다는 점에서 오늘날의 국제법과 유사한 특징을 지니고 있었다. 이에 Jus gentium은 유럽에서 근대 초기까지 국제법을 가리키는 용어로 널리 사용되 費餐園 근대 국제법의 발전 초기 스페인계 신학자들은 Jus gentium이 사람간의 법인 반 면 국제법은 국가간의 법이라는 점을 구별할 필요가 있음을 인식하였다.

이어 영국의 Zouche(1590-1660)는 국제법을 Jus gentium 대신 Jus inter gentes로 호칭하자 고 주장하였고, 이는 이후 프랑스어의 Droit entre les gens 또는 Droit entre nations 으로 번역되었다. 오늘날 영어의 International law라는 용어는 영국의 J. Bentham이 창안하였다. 그는 라틴어의 inter와 gentes를 합쳐 영어의 international이란 명칭을 최초로 사용하여 국제법 International law로 호칭하였다. 19세기 중엽 이후 국제법 을 가리키는 영어 단어로는 International law가 가장 일반적인 자리를 차지하였다.

동아시아에서는 미국인 W. Martin이 1864년 Wheaton의 「Elements of International Law를 만국공법(萬國公法)이란 제목으로 번역하여 사용한 이래, 19세기 말까지는 만국공법(萬國公法)이 주로 사용되었다. 그러나 일본의 미쯔구리 린쇼 作)가 1873년 미국인 Woolsey의 「Introduction to the Study of International Law」 를 번역하면서 제목에 국제법(國際法)을 사용하기 시작한 이후, 일본에서는 차츰 국 제법이란 용어가 자리잡았다. 동경대학은 1881년부터 국제법(國法)을 학과명에서 사용하였다. 이 용어는 후일 중국에도 전파되어 오늘날 동아시아에서는 국제법이란 한자 용어가 일반화되었다.

2. 국제법의 법적 성격

국제사회에서 국제법이 잘 준수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일반인에게 던지면 어떻게 응답할까? 아마 상당수는 국제법이 과연 법이냐고 반문할지도 모른다. 사실 국제법이 과연 진정한 의미의 법이냐는 논란은 근대 국제법의 역사만큼이나 오래된다. 일반적으로 법이란 입법기관에 의하여 정립되고, 행정기관에 의하여 집 행되고, 위반자에 대하여는 사법기관에 의한 제재가 가하여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국내법 질서에서는 법을 위반하면 국가권력에 의한 제재를 받게 된다. 이에 반하여 아직 국제사회에는 범세계적인 강제 관할권을 행사할 수 있는 법집행 기관이나 재판기관이 없다. 이에 국제법 위반국에 대하여 바로 제재가 가하여지기 는 쉽지 않다. 특히 강대국이 국제법을 위반하는 경우 약소국의 입장에서는 즉각적 인 대책이 마땅치 않다. 따라서 국제법은 진정한 의미의 법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International law is not really law). 그렇다면 국제법이란 한낱 이상주의자들의 마음속에 담겨 있는 신기루에 불과한가?

분명 국제법은 법으로서의 실효성이나 강제성이라는 측면에서는 국내법보다 낮은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따라서 현실적 힘과 목전의 국익에 중점을 두는 현실 주의자들은 매우 쉽게 국제법의 존재를 무시하려는 유혹에 빠지게 된다. 이들은 국 제법이 권력정치에 의하여 언제든지 휴지로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법이란 주권자 의 명령이라고 보는 입장에서도 국제법은 법이라기보다는 여론에 의하여 설정된 도덕기준이거나 관행적인 행위규칙 정도에 불과하다고 본다.

국제법이 과연 법이냐는 질문에 답하기 앞서 과연 법이란 무엇인가, 국내법 수 준의 강제성과 실효성을 가져야만 법으로서의 자격을 갖춘 것인가라는 질문이 제 기될 수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답이 무엇이든 간에 국제사회의 현실에서 국제법 의 법적 성격을 부인하는 입장은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첫째, 국제법의 법적 성격을 부인하는 것은 국제사회에서의 정의실현을 위한 올바른 방향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과 같은 사태가 “위법한 행위”가 아니고, 단지 도의적으로 바람직하지 못한 행위에 불과하다고 평 가하는 것이 과연 정당하고 바람직한 것일까? 강대국이 자국의 무리한 요구를 들어 주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특정국의 해안을 무력으로 봉쇄하여도 이를 위법하다고 평가할 수 없다면 과연 국제사회의 정의는 어디서 찾을 수 있을 것인가? 우리가 이 러한 행위를 “위법”하다고 판단하고 그에 대한 법적 책임을 추궁할 수 있으려면 “국제법”이란 판단기준이 반드시 필요하다.

둘째, 국제법은 위반이 많다거나 위반자에 대한 제재수단이 미약하다는 결함 이 있다고 하여 과연 국제법의 법적 성격이 부인될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다. 국 제분쟁이 발생할 때마다 각국의 지도자들은 언제나 상대방이 국제법을 위반하였다 고 비난한다. 매일같이 그러한 보도에 접하게 되면 일반인들은 국제법이란 “법”이 라고 할 수 없는 수준의 공허한 도덕률 정도로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각도를 달리 하여 보면 국내법 질서에서도 무수한 법 위반행위가 매일 같이 반복되고 있으 며, 범법자에 대한 완벽한 제재 또한 실현되고 있지 않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그럼 에도 불구하고 국내법의 법적 성격을 의심하는 자는 없다. 반면 국제법 질서에서도 상대적으로 미약하나마 위반자에 대한 제재가 실시되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결 국 위반이 많다거나 위반자에 대한 제재가 충분히 확보되지 못한다는 것은 정도의 문제에 불과하지, 국제법과 국내법의 법적 성격을 근본적으로 달리 취급할 근거는 되지 않는다.

셋째, 현실의 국제사회에서 각국은 국제법상의 문제들을 “법률”의 문제로 취급하여 왔지, 단순한 도덕이나 예양상의 문제로만 인식하고 있지 않다. 자국의 외교공관이 피습되면 피해국은 이를 법률문제로 대처한다. 이 사건의 책임이 있는 국가도 이를 국제법의 테두리에서 처리하거나 변명하지, 국제예양의 문제로만 취급하지는 않는다. 한국은 항상 독도가 국제법상으로 우리의 영토라고 주장한다. 적지 않은 국 제분쟁이 당사국의 합의를 바탕으로 국제사법재판소와 같은 사법기관에서 법률문 제로 처리되고 있다. 이는 각국이 국제사회의 행위규칙으로서 국제법이 존재함을 인정하는 증거이다.

넷째, 한국을 포함한 전세계 거의 모든 국가의 헌법이 국제법을 “법”으로 수용 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 헌법 제6조 1항도 국제법이 국내법과 동일한 법적 효력 을 지니고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헌법이 국제법의 법적 성격을 인정한다면 적어도 그 나라로서는 국제법의 법적 성격을 부인할 수 없는데, 전세계의 대부분의 국가들의 헌법이 이러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이상의 설명을 통하여 볼 때 국제법이 위반이 많다거나 충분한 제재가 확보되 지 못하는 점을 이유로 이의 법적 성격을 부인하려는 태도는 사회학적 설명은 될 수 있을지 몰라도, 최소한 법논리로서는 성립되기 어려운 주장이다. 즉 국제법이 제 도적으로 더욱 정비되어야 하고 현실적 규범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음은 부인할 수 없으나, 이의 법적 성격 자체가 부인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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